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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3 뮤지컬 오디션
 

 

감상
 
오랜만의 문화생활이었다
. 취업시즌을 앞두고 이것저것 바빠 기회가 적었다. 대학로의 아트원 시어터로 일찍 찾아갔지만 공연이 필링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두 장이요.” “3만원 입니다.” ‘싸다…’ 얼마 전에 입양한 고양이 때문에 돈이 궁했는데 항공대 할인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친구와 밥을 적당히 챙겨 먹고 입장하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라이브 무대의 긴장감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부터 벌써 기대가 되고 재미있다. 무대에는 드럼 및 기타들이 셋팅되어 있어서 마치 연주무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암전이 되고 극이 시작되었다. 극에 앞서 안내방송이 센스있게 흘러나왔다. 시작과 동시에 연주가 시작된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인물들과 연주를 자세히 살핀다. 신입생 시절부터 재즈동아리 활동을 통해 많은 라이브클럽을 다녀보고 제대 후에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기 때문에 그런지, 연주를 할 때에 오묘한 기분이 교차했다. 계속되는 극중 연주장면에서 배우들이 연주를 하는 것인지 연주자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스스로 인지해야만 했다. 계속 이 점을 눈여겨보고 느낀 결론은 이들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점을 인식했다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좀 아쉽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연주음악을 감상하는 활동을 오래했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연주가 그냥 연기의 도구로 쓰여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의 노래실력이 뛰어났고 정찬희라는 연주에 뛰어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절충되고 있었다.

 
극의 무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메인 무대인 지하실과 보조무대인 옥상인지 지하실입구인지 모를 2층 무대, 커튼이 쳐진 뒤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무대 자투리 부분을 활용한 무대였다. 효과적인 공간적 연출로 인해 감동을 받은 한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박병태가 2층 무대에 있고 나머지는 메인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었다. 두 장소는 관객의 눈에는 한 눈에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장소이고 연결될 수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매개체로 하나로 연결되었다. 마치 영화에서 두 장소를 반복하여 보여주는 효과를 주고 있었다. 웬만한 영화적 기법보다 훨씬 감동적인 연출이 되어 다가왔다. 또 커튼을 친 뒤 자투리 무대에서는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연극 무대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탈피하고 있었다. 별다른 무대장치를 활용하지 않고도 단순히 커튼을 여닫음으로 완성되는 작은 무대에서 다양한 장소를 표현했다.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최준철의 역할과 갈등이 뚜렷하지 않아 연출적 흠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사건에 최준철의 영향력은 분명 있지만 큰 잔상이 느껴지지 않고 그 배우의 연기만이 생각난다. 역할자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고 진행하는 역할이지만 개인적인 사건이나 갈등을 추가해 극적 중요도를 키워줬으면 좋겠다. 그 외에는 배우들 각자 자신이 맡은 인물을 잘 이해하고 연기해주었다. 정찬희는 연기를 거의 하지 않지만 연주가 수준급인 것을 고려해보면, 극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발탁된 뮤지션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디션에는 여러 사건과 갈등이 존재한다. 큰 사건들은 복스팝의 오디션이다. 개인적 사건은 박병태와 김선아의 호감, 홍다복의 정찬희에 대한 호감, 홍초롱이 짊어진 경제적 어려움, 홍다복의 가출, 정찬희의 아픔 및 침묵, 박병태의 무대 보컬공포증 등이다. 제일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박병태와 김선아가 둘의 감정을 확인하는 사건과 홍다복이 정찬희에게 계속 호감을 표현하는 사건이었다. 앞자리에 앉아 관람하고 있었기에 바로 코앞에서 연기하는 박병태와 김선아의 연기를 보며 더욱 몰입이 되었고 심지어 두근대는 느낌이 났다. 이래서 연극은 앞자리가 중요한 것인가 보다. 홍다복은 게이로 정찬희를 좋아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것을 안다.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으로 느껴졌다. 정찬희가 죽기 직전 홍다복의 속삭이는듯한 노래는 가슴에 크게 와 닿았다.

 
정찬희가 죽은 후 개인적인 사건은 거의 다 정리가 된다. 박병태는 홀로 밴드의 중요한 오디션에 참가해서 노래를 부른다. 슬피 노래를 부르며 흘러간 청춘의 추억과 순수했던 열정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극은 끝이 난다. 한 두 장면이 더 있을 것 같았는데 극이 끝나서 아쉬웠다. 해피엔딩이라는 대중적 감성에 사로잡혀서 일까? 이런 식의 결말이 아쉽게 다가왔다. 밴드의 재결합이든지 정찬희의 죽음을 딛고 일어선 복스팝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조금은 슬픈, 장미빛이 아닌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 더 현실적인 모습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신입생 시절부터 연주를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박병태가 마지막에 느꼈던 열정 및 순수함의 상실감에 공감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재미있는 내일을 추구하는 청춘들의 삶에 동조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돌아 보았다. 학업과 현실적 취업에 치여 살면서, 나도 가지고 있었던 순수함과 청춘의 열정을 잃어버린 것 같은 나의 모습이 슬프고 아쉽게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요소도 많이 들어가있었다. 배우들의 노래도 괜찮았고 연기에도 몰입할 수도 있었다. 뮤지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디션이 공연 자체가 아닌 뮤지컬의 극형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과 연극의 중간지점이 되는 뮤지컬, 음악과 연극의 장점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둘 중 한가지라도 부족하게 되면 쉽게 티가 난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은 상당한 수준의 연출력과 연기력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연기자체를 이끌어나가는 연극과 연주자체를 중시하는 공연만큼 흥미가 가지 않았다. 처음 보는 뮤지컬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작은 탓도 있겠지만 훌륭한 연주를 들었을 때의 감동과 재미난 연기를 보았을 때의 흥미로움이 이번 공연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을 다시 관람할 기회가 있겠지만, 음악만을 추구하는 공연과 연기만을 추구하는 연극에 더 관심이 갈 것 같다. 끝으로 좋은 공연과 새로운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최영희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내용

 고등학교 동창인 박병태
, 최준철, 정찬희 3인방의 주도로 활동하는 복스팝밴드는 지하합주실 사글세가 잔뜩 밀리고, 메인보컬이 자주 교체되며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하는 그냥 그런 밴드이다. 또다시 보컬이 탈퇴하자 밴드의 재정활동을 맡고 있는 박병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라이브클럽에서 김선아를 발탁한다. 이들은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밴드로서 성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주최하는 음악페스티벌에 도전한다. 하지만 오디션을 몇 일 앞두고 정찬희가 돌연히 죽고 밴드의 오디션을 무산되었으나 청춘의 추억과 꿈,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보컬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박병태 는 홀로 오디션에서 열창하며 극은 끝이 난다.

 

등장인물

 최준철  - 유쾌한 남자, 분위기 메이커, 팀의 리더, 한가지의 중요한 역할이 있기보단 다양한 사건에 묶여있고 이를 유치하지만 밉지 않는 유머와 재미난 행동으로 풀어나간다. (작곡, 기타, 보컬)

연기 4/5 노래 4/5 연주 3.5/5

  박병태 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소심하지만 능력을 갖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소심한 성격으로 극의 사건들을 일관되게 진행해 나간다. 최준철, 정찬희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과거에 밴드 복스팝의 중요한 오디션에서 보컬을 맡았으나 긴장하여 기회를 망친 후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새로 영입된 김선아와 연애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찬희가 죽고 밴드가 오디션에 참가할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과거밴드활동을 회상하며 오디션에 참가하여 노래를 부르며 극을 마무리한다. (베이스)

연기 4/5 노래 4/5 연주 3/5

 홍다복 홍초롱의 한 살 터울 오빠이다. 정찬희를 좋아하는 게이를 연기한다. 극 중 지속적으로 정찬희에게 호감을 표시하지만 정찬희는 무반응이다. 쾌활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풍긴다. 보컬을 하고 싶어하지만 드럼과 병행할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 가출한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커밍아웃 후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찬희의 죽음 후 집에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드럼)

연기 3/5 노래 3.5/5 연주 3/5

 김선아 밴드의 보컬이 또다시 탈퇴하게 되자 박병태가 발견하고 발탁한다. 실력을 작곡과 노래를 겸비한 싱어송라이터이다. 15세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족애의 상실을 경험하고 방황하다 밴드의 지하실에서 그것을 다시 찾게 된다. 박병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게이로 오해한다. 게이가 아닌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이들은 감정을 발전시킨다. (작곡, 키보드, 보컬)

연기 3.5/5 노래 4/5 연주 2/5

 홍초롱 밴드의 매니저로 홍다복의 동생이다. 밴드의 경제적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밴드의 멤버 중 막내로 귀여움을 받고 있다. 밴드의 오디션 기회를 찾아 맹렬히 연습시키려 한다. (매니저

연기 3/5 노래 3.5/5 연주 2/5

 정찬희 대사가 거의 없다. 기타실력이 뛰어나다. 소파에 기대어 있거나 늘 누워있다. 밴드는 그의 과묵함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최준철의 대사에서 정찬희가 병원에 가봐야 할 정도로 아프지만 병원신세를 기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럽고정 오디션에서 연주 중 실신하여 실패로 돌아간다. 홍다복과의 마지막 대화 후 죽고만다. 죽음을 예상하고 기타를 팔아 밴드의 사글세를 해결하려 하지만 최준철이 기타를 되찾아온다. (기타)

연기 1/5 노래 1/5 연주 4/5
 

무대변환 및 무대연출

 무대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메인무대와 무대 뒤편의 2층무대 그리고 커튼을 치고 난 후 보이는 무대이다. 메인 무대는 김선아의 캐스팅을 위한 라이브 무대를 제외한 모든 장면은 밴드의 지하합주실을 표현하고 있다. 2층무대는 밴드가 세들어 사는 건물의 출입구 및 오디션 기회를 발견하는 찜질방의 PC방으로 표현된다. 커튼을 치고 난 후의 자투리 무대는 메인무대와의 거리감을 두고 발생하는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주로 1:1의 사건이 발생한다. 큰 무대변화는 없지만 커튼을 활용한 공간분할이 효과적이었다.

 메인무대와 2층무대에서 동시에 같은 노래를 부르는 씬이 있었다. 분명 공간의 분할이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노래를 매개체로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었다. 마치 영화에서 장면이 교차되며 영상효과를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극중에 일어나는 식품과 음료는 모두 배우들이 마시고 먹는다. 실제로 삼겹살을 구워먹는 장면에서는 냄새와 연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출연진과 다르게 암전 전후와 무대 퇴장, 입장 시에 정찬희만이 움직임이 여유가 있었다.

  뮤지컬을 처음 관람했기 때문에 다른 극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출연진의 음성과 연주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좌석에 따른 스피커의 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무대 둘째 줄 왼편에서 관람하였기 때문에 음성과 연주전달에서 방해가 되었다.


    연주 

 라이브공연을 관람한 적은 많지만 뮤지컬은 처음 관람하기 때문에 초반부
, 배우들이 연주를 하는 것인지 뮤지션들이 연극을 하는지 헷갈리기도 하였다. 정찬희의 연주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연주는 아마추어로 연주에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배우들의 노래실력이 뛰어나 연주실력이 조금 부족한 것은 문제되지 않았고 정찬희의 출연으로 전체적인 안정감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찬희의 대사가 거의 없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정찬희는 프로뮤지션을 캐스팅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고 나머지 배우들은 노래실력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인 것으로 생각된다. 뮤지컬답게 모든 사건의 진행과 전달 사이에 노래가 등장한다. 대략 12곡정도 불렀지 않나 싶다. 정찬희와 함께하는 밴드연주는 주로 락 적인(헤비메탈이 아닐까 생각된다.)노래들을 연주하고 부른다. 반면 개인들간에 이루어지는 작은 사건들에는 속삭이는 듯한 발라드와 팝 적인 노래들을 연주한다
 
중간에 배철수가 나래이션을 맡아 재미와 함께 음악적 친근감과 접근성을 올려준다.
 

Posted by 캐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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