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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9 대대손손 희곡을 읽고 1


 처음 희곡을 접했을 땐, 어떤 내용인지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웠다. 등장인물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시간적 배경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 사대의 역할을 맡아 삼대에게 충고하는 단역을 맡아 대본연습을 해보았다. 역할이 많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지원자가 적어, 교수님이 반강제로 지정해준 배역들의 연기가 민둥스러워서 재미가 반감되기도 했지만, 연기에 충실한 학우들에 의해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희곡읽기가 되었다.   

 
첫 번째 시퀀스는 연극배우를 갈망하는 일대와 이를 반대하는 일대의 아버지, 이대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이대는 일대가 여자와 눈이 맞아 인생을 허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비판한다. 하지만 연이어지는 시퀀스에서 이대의 부인인 이처와의 만남과 베트남 여인 리오와의 갈등을 보임으로, 일대에 대한 이대의 걱정과 불만은 자괴감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시퀀스는 삼대와 관련해 삼대의 애인인 마이꼬의 배신과 서울상경에 대한 결심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글쓴이가 맞은 사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긴장과 집중을 요한 부분이었다. 앞서 등장했던 마이꼬와의 갈등이 직접적으로 표면화되는 장면이 연출된다. 삼대는 어머니의 패물까지 건네주며 호감을 사려하지만 마이꼬는 결국 삼대를 배신하고 이대를 남겨둔 체 떠난다. 삼순이를 모질게 피아노 연습을 시킨다. 그 이유는 다음 시퀀스에서 나온다. 배신당한 삼대는 결국 서울에서 낙태전문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돈을 많이 벌어 마이꼬를 설득해보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마이꼬같은 여자들을 보살펴주기 위해서였을까? 많은 의문을 남긴 체 다음 시퀀스로 넘어간다. 이번 시퀀스는 사대가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오기 전의 이야기이다. 시퀀스가 넘어갈 때 삼대에 대한 여러 가지 암시가 나온다. 이 암시를 통해 삼대는 사대의 씨를 받은 아이가 아니라 외간남자와 사처간에 태어난 아이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일본인인 이께가 등장한다. 이께는 아이들에게 호의를 배풀고 사처에게도 추파를 던진다. 사처도 이를 싫어하지 않고 이께가 던진 의미없는 말들을 마음속에 품고 삼순에게 헨델을 닮은 피아니스트로 성장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사대와 이께의 잡일을 도와주며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인 앞잡이이다. 앞잡이로 동포들을 핍박하면서 이께에게 붙어살기 때문에 자신의 부인과의 관계를 눈감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삼대가 낙태전문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자신의 태생적 존재감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이 아니었나 추측해 볼 수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오대, 육대, 칠대가 등장하는 해학적 장면이 연출되며 극은 끝이난다.

 우선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는 해학이 담겨져 있는 암울한 근,현대의 한국사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알 수 없었던 일들과 인과관계들이 장면이 넘어가면서 그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일대, 이대, 삼대, 사대에 엮인 애환과 한 맺힌 일들이 하나, 둘 소리 없이 지나간다. 재미있는 행동과 말장난이 조금은 섞여 나오지만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인물들이 대변하는 한국사의 이중적 비극이 처절하게 묻어남으로 인해 사상희극의 성격에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극의 흐름은 크게는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현재로 돌아오는 형식을 취한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극의 무대가 변할 것이다. 종종 시간과 장면의 변화 시에 재치 있는 장치들을 삽입하여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은 분위기가 아니고 인물들의 시대간 연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너무 처져버릴 수 있는 전체적 극의 분위기를 상황에 따라 배우들의 업 시켜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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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캐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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